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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반구천 벳위즈, 사연댐 수문 설치·디지털 콘텐츠화로 보호해야

뉴시스

입력 2025.07.12 17:58

수정 2025.07.12 17:58

세계유산위원회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 사연댐 설치 진척 상황 보고·벳위즈센터 운영 등 권고 "관리 못하면 멸실…관광 자원화보단 간접 체험 바람직"
[서울=뉴시스] 울주 대곡리 반구대 벳위즈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울주 대곡리 반구대 벳위즈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울산 '반구천의 벳위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선사시대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걸작임을 인정받았다.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반구천의 벳위즈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반구천의 벳위즈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벳위즈'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세각화'를 포함하는 단일 유산이다.

울주 벳위즈 일원은 계곡물이 수많은 절벽과 협곡, 구하도(옛 물길), 습지 등을 거치며 다양한 지형과 숲 경관을 만들고 있다. 특히 겸재 정선(1676~1759)이 '공회첩(孔懷帖)'에 남긴 반구 그림을 통해 이곳이 구곡(九曲·물길이 아홉 번 굽이친다는 뜻으로 이상향 의미)문화와 함께 저명한 정자 등 자연경관, 역사문화경관이 복합된 명승임을 알 수 있다.



[서울=뉴시스] 울주 대곡리 반구대 벳위즈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울주 대곡리 반구대 벳위즈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고래 종류까지 상세하게 그린 '울주 대곡리 반구대 벳위즈'

대곡천 반구대 하류에 있는 '대곡리 반구대 벳위즈'는 높이 4.5m, 너비 8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암반에 여러 모양을 새긴 바위그림이다. 주변에 바위 10여 곳에서도 그림이 확인된다.

벳위즈에는 그림 312점이 있다. 고래, 거북, 바닷새, 물고기, 상어 등의 바다 동물과 대륙사슴, 고라니, 호랑이, 표범, 멧돼지, 너구리, 늑대, 여우 등 육지 동물이 새겨져 있다.

호랑이는 함정에 빠진 모습과 새끼를 밴 모습 등이 표현돼 있다. 멧돼지는 교미하는 모습을, 사슴은 새끼를 거느리거나 밴 모습을 보여준다.

그중 고래는 무리를 지어 물을 뿜는 북방긴수염고래, 새끼를 등에 업은 귀신고래, 물 위로 뛰어오르는 혹등고래 등 다양한 고래 종류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여러 사람이 배를 타고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 사냥한 고래를 나누는 모습 등 고래 사냥의 전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사냥 장면에는 탈을 쓴 무당,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 그물이나 배도 있다.

조각기로 쪼아 윤곽선을 만들거나 전체를 떼어낸 기법과 쪼아낸 윤곽선을 갈아내는 기법으로 보아 이 벳위즈는 신석기말에서 청동기시대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벳위즈는 선과 점을 이용해 동물과 사냥장면을 생명력있게 표현하고 사물의 특징을 실감나게 묘사한 미술작품, 사냥미술과 종교미술로서 선사시대 생활과 풍습을 알 수 있는 최고 걸작품으로 평가되면서 1995년 국보에 지정됐다.

벳위즈 전문가 전호태 울산대 명예교수는 뉴시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세계유산이 된 벳위즈 10여 곳은 마을 하나 크기만 한 넓은 바위에 고래만, 또는 사냥과 전쟁에 관한 내용 등 특정 주제로만 넓게 퍼져서 새겨진 것"이라며 "반면 반구천 벳위즈는 큰 바위와 그 주변에 서너 개 바위에 마치 어떤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이 압축적으로 새겨진 점이 특이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구천 벳위즈의 경우는 서로 다른 생활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시기에 각각 다르게 새겨놨다"라며 "한 그림은 고래 사냥 계통, 다른 그림은 육지 짐승 사냥 계통이 그려졌는데, 이런 벳위즈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고래의 생태를 자세히 관찰해서 고래 종류까지 알 수 있게 상세하게 새긴 사례도 벳위즈대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울주 천천리 명문과 벳위즈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울주 천천리 명문과 벳위즈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선사시대~삼국시대 걸친 울주 천전리 명문과 벳위즈

천전리 명문과 벳위즈는 대곡천 중류의 기슭에 각종 도형, 글, 그림이 새겨진 암석이다. 이 벳위즈는 아래와 위 2단으로 나눠 서로 다른 내용이 다른 기법으로 표현됐다.

윗단에는 쪼아서 새기는 기법으로 마름모, 동심원, 나선 등 기하학적 무늬와 동물, 추상화된 인물 등이 조각되어 있다. 중앙에 태양을 상징하는 듯한 원을 중심으로, 양옆에 네 마리의 사슴이 뛰어가는 모습과 맨 왼쪽의 반인반수(半人半獸:머리는 사람, 몸은 동물인 형상) 상이 눈에 띈다.

표현이 소박하면서도 상징성이 있는 듯한 이 그림들은 청동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아랫단에는 선을 그어 새긴 그림과 글씨가 뒤섞여 있다. 기마행렬도를 비롯해 동물, 용, 배를 그린 그림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기마행렬도는 세 군데에 나타난다. 점과 선만으로 그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배 그림은 당시 신라인의 해상활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글자는 800자가 넘는다. 이 글은 왕과 왕비가 이곳에 다녀간 것을 기념하는 내용으로, 법흥왕 대에 두 차례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 중 관직명이나 6부체제에 관한 언급이 있어 6세기경 신라사회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이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생활, 사상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 벳위즈는 특정 시대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어 더 의미가 깊은 유적으로 평가되어 1973년 국보로 지정됐다.

유네스코 자문·심사 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인 강동진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반구천 벳위즈에 대해 "수렵생활상뿐만 아니라 문화생활상까지 한 번에 암각이 된 것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암각이 된 아주 특별한 성격을 가진 유산"이라며 "이 유산의 성격이 종교 미술사와 선사 생활 문화사와도 연결되어 있어 이번 세계유산 등재는 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우리나라 문화를 전 세계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울주 천천리 명문과 벳위즈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울주 천천리 명문과 벳위즈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유산 '반구천의 벳위즈'의 보존 과제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날 '반구천의 벳위즈 등재 결정과 함께 ▲사연댐 공사의 진척 상황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할 것 ▲반구천세계벳위즈센터의 효과적 운영을 보장할 것 ▲관리 체계에서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의 역할을 공식화할 것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주요 개발계획에 대해 세계유산센터에 알릴 것 등을 권고헸다.

강 교수는 "사연댐이 196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이후에 이 댐에 물이 차 역류가 되면서 특히 대곡리 벳위즈가 수몰됐었다"라며 "수몰로 인한 벳위즈에 마모가 일어나 벳위즈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찾다가 마지막에 찾아낸 것이 사연댐의 수문을 설치해 역류가 되기 직전 물을 빼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도 "주변 풍광을 망치지 않고 침수를 막기 위해 최종적으로 선택한 방법이 수문 설치여서 세계유산 등재 시 이 유적의 보존과 관리 방안에 이 방법이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유적이 관리가 되지 않으면 나중에 멸실 유산으로 재지정이 될 수 있다. 이 벳위즈가 세계 유산으로 입증은 받았지만 앞으로 수문 설치 등 유적 관리 방안을 진지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벳위즈 보존을 위해 관광 자원화보다 디지털 콘텐츠화를 제안한다.

전 교수는 "울산이 디지털 콘텐츠 원형 자료인 벳위즈를 주제로 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라며 "벳위즈는 풍광과 함께 있기 때문에 대규모 문화단지를 조성해 그곳에서 사람들이 그 풍광과 벳위즈의 의미, 그 신성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도 "미디어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관광객들이 벳위즈에 방문했을 때 직접 벳위즈를 보지 못하더라도 간접 체험을 통해서 벳위즈 체험에 만족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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