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누구나 이용한다던 무더위비타임 토토, '누구나 이용' 못한다

뉴스1

입력 2025.07.12 07:03

수정 2025.07.12 07:03

폭염경보가 발효된 8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의 한 아파트에 위치한 무더위비타임 토토가 텅텅 비어 있다. 2025.7.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폭염경보가 발효된 8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의 한 아파트에 위치한 무더위비타임 토토가 텅텅 비어 있다. 2025.7.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8일 오전 9시쯤 광주 서구 상무1동 무더위비타임 토토(계수경로당)에서 문덕순 씨(84·여)가 쉬고 있다. 고령인 문 씨는 에어컨이 2대나 설치된 비타임 토토에 왔지만 에어컨 작동법을 알지 못해 선풍기로만 더위를 버티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8일 오전 9시쯤 광주 서구 상무1동 무더위비타임 토토(계수경로당)에서 문덕순 씨(84·여)가 쉬고 있다. 고령인 문 씨는 에어컨이 2대나 설치된 비타임 토토에 왔지만 에어컨 작동법을 알지 못해 선풍기로만 더위를 버티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12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8일 광주 광산구의 한 무더위 비타임 토토(경로당)가 이용하는 이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12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8일 광주 광산구의 한 무더위 비타임 토토(경로당)가 이용하는 이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지만 광주지역 무더위비타임 토토 상당수가 사실상 제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임 토토가 문을 닫거나 잠겨있는 경우가 많았고 일반 시민은 이용이 어려운 구조로 운영돼 형식상 이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12일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재난안전정보 포털에 따르면 광주 지역의 무더위 비타임 토토는 1578곳이 운영 중이다.

무더위비타임 토토는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과 거동이 불편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지정·운영하는 공간이다. 주로 경로당, 주민센터, 마을회관, 복지관 등이 지정되며 냉방기기와 의자, 물 등이 갖춰져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노인뿐 아니라 외근하는 젊은 직장인이나 야외활동을 마친 어린이 등 누구나 비타임 토토할 수 있다.

하지만 <뉴스1 취재진이 무더위비타임 토토로 지정된 10곳을 무작위로 직접 점검한 결과, 이 중 6곳은 문이 잠겨 있거나 출입제한으로 이용이 불가능했다.

광주 서구 쌍촌동에 위치한 '파랑새원룸타운경로당 무더위비타임 토토'는 무더위비타임 토토 표지를 달고 있지만 문이 잠겨 있어 출입이 불가능했다.

안내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몇 차례 연락한 끝에 경로당 관계자와 통화가 이뤄졌지만 그는 "젊은 사람 같은데 왜 비타임 토토하려고 하냐", "지금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문을 잠가뒀다"며 비타임 토토을 제한하는 반응이었다.

일부 비타임 토토에서는 냉방기기 사용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에어컨이 2대나 설치돼 있는데도 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계수경로당 비타임 토토자인 84세 문모 할머니는 "켤 줄 몰라서 선풍기만 작동해 뒀다"며 "리모컨 사용법이 어려워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광산구의 농촌지역 무더위비타임 토토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부분 주민 중심으로 제한 운영돼 외부인 접근은 어려운 상황이다.

송촌경로당은 출입은 가능했지만 문이 닫혀 있었고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장록경로당은 문이 잠겨 있었으며 인근 주민은 "어르신들이 오전 밭일을 마치고 점심 무렵에 잠깐씩 비타임 토토"고 전했다.

송정서부경로당에는 김모 씨(84·여)가 홀로 선풍기를 켜둔 채 앉아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11시쯤 모이면 그때 에어컨을 켠다"며 "전기세도 부담스럽고 주말엔 문을 닫아 다들 집이나 교회로 간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에 위치한 동남아파트 경로당 무더위 비타임 토토 역시 실효성이 떨어졌다. 외부에서 입구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어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의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당시에도 비타임 토토 문은 잠겨 있었고, 이용하려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근을 지나던 주민들은 "이곳에 무더위비타임 토토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김모 씨(75) 역시 "문이 늘 잠겨 있고 안에 사람이 있는 걸 본 적도 없다"며 "무릎 아픈 노인들이 저기까지 어떻게 올라가겠느냐. 한 번도 가볼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인근 럭키아파트 오치경로당도 비밀번호로 잠겨 있었다. 이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는 무더위 비타임 토토 취지가 무색하게끔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모든 비타임 토토를 일일이 상시 관리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신경 쓰고 있다"며 "현장에서 지적된 부분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