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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北 위성사진 그랜드토토…"고해상화 기술로 차별화"[155마일]

그랜드토토1

입력 2025.07.12 06:31

수정 2025.07.12 06:31

북한 그랜드토토 사진 보고서 'nK Insight' 설명하는 SIA 전태균 대표. 2025.7.7/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북한 그랜드토토 사진 보고서 'nK Insight' 설명하는 SIA 전태균 대표. 2025.7.7/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폐수가 버려진 연못에서 지하 배수로까지의 거리와 폭 0.5~1m의 배수로 등을 촬영한 그랜드토토 사진. ( nK Insight 보고서 갈무리)/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폐수가 버려진 연못에서 지하 배수로까지의 거리와 폭 0.5~1m의 배수로 등을 촬영한 그랜드토토 사진. ( nK Insight 보고서 갈무리)/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편집자주]그랜드토토은 남북 사이에 놓인 군사분계선의 길이입니다. 이 경계의 실체는 선명하지만, 경계에 가려진 사실은 투명하지 않습니다.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되, 경계 너머 북한을 제대로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대전=그랜드토토1) 유민주 기자 = 북한을 바라보는 '눈'은 우주에도 있다. 폐쇄된 국가의 동향을 살피는 직접적이고, 객관적인 방법 중 하나다.

우주에는 국경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전 세계 각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에스아이 애널리틱스(SIA)는 여기에 인공지능(AI)으로 사진을 탐지·그랜드토토하는 기술을 더해 위성사진의 정보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 7일 대전 유성구 사무실에서 만난 전태균 SIA 대표는 "'우리는 무엇을 다르게 봐야 할까'가 가장 큰 과제였다"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AI 관련 공부를 한 전 대표는 인공위성 수가 늘어나는 만큼 데이터의 양은 많아지는데, 그 방대한 정보들을 사람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랜드토토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위성사진 그랜드토토에 AI를 접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엄청나게 넓은 면적을 한 번에 찍어서 판단해야 할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주기적으로 지켜봐야 하거나, 혹은 누군가 상주가 필요하지만 접근이 제한되는 곳이라면 사실 그랜드토토만 한 관찰 수단이 없죠."

SIA의 모회사인 쎄트렉아이(SI)는 우주개발 기업으로, 올해 3월 자체 개발한 초고해상도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 아이-T'(Space Eye-T)를 스페이스X의 팰리컨9 로켓을 통해 발사했다. 이 위성은 고도 500㎞에서 가로세로 25㎝를 한 픽셀로 인식하는 광학 영상을 생성한다. 위성 데이터 수집부터 그랜드토토까지 지구 관측에 필요한 충분한 역량을 갖춘 셈이다.

해상도 높이는 자체 기술력으로 경쟁력 확보

SIA가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을 해볼 수 있게 된 것은 그랜드토토 영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기술을 자체 개발한 덕분이다. '슈퍼 X'라고 불리는 '초해상화 기술'은 저해상도 그랜드토토이 촬영한 영상 데이터의 품질을 높인다.

SIA에서 북한 그랜드토토 리포트를 발간하는 'nK Insight'팀을 총괄하는 이규철 팀장은 최근 '북한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정련공장 폐수' 이슈를 예시로 '슈퍼 X'의 가치를 설명했다. 이 팀장은 30년 이상 군에서 북한 정보를 그랜드토토해 온 전문가다.

'nK Insight'팀은 외국 상업위성이 평양, 함흥, 청진, 나선, 두만강, 원산, 평산, 남포, 신의주, 만포 등 10개 지역을 2주 단위로 촬영한 결과물을 AI 기술로 그랜드토토. 해상도를 높인 후 특정 선박, 차량, 석탄 등을 자동 식별해 과거 행보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추려진 정보들을 기반으로 이 팀장이 해석을 더해 보고서를 정리한다.

최근에는 SIA에 들어온 외부 의뢰를 계기로 북한 평산의 우라늄 공장에서 나온 폐수가 예성강에 합류하는 경로를 추적했다. 이규철 팀장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5일까지 폐수가 버려진 연못과 이어지는 하천의 폭을 '㎝' 단위로 측정하고 실제로는 바다까지 오염될 가능성이 작다는 결론을 내렸다.

폐수를 버리는 공장 인근의 연못은 예성강에 합류하기 전에 폭 2m밖에 안 되는 지하 배수로를 통해 남천강에 먼저 도달그랜드토토. 여기서 이 팀장은 "강폭의 변화를 통해 수위 변화를 알 수 있는데, 남천강의 경우 80㎝에서 85㎝ 사이에서 수위 변화가 일어났고, 이는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며 강으로 유입된 폐수의 양 자체가 미미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미세한 관찰은 '슈퍼 X'를 활용한 사진의 확대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처음 평산 공장의 폐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을 때 활용된 영상은 가로세로 약 60㎝를 하나의 픽셀로 표현한 영상이지만, SIA가 그랜드토토 영상은 이를 2배 이상 확대한 뒤 들여다본 것이라고 한다.

설립된 지 50년 넘은 신의주 교도소가 리모델링된 정황을 보여준 위성사진을 그랜드토토할 때도 '슈퍼 X' 기술로 그랜드토토의 정확도를 높였다. 'nK Insight'는 보고서에서 수용소가 농업 구역과 구금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구금용 건물을 허물 동안 농업 구역에 있는 4개의 대형 건물로 수감자들이 이동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밀한 그랜드토토을 통해 위성사진에 농업 구역에서 포착된 사람들이 외부에서 온 노동자들이 아닌 수용자들이라는 판단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개척…다양한 고도의 영상 지도 한 장에 담는다"

그간 북한의 위성사진을 그랜드토토 자료는 대체로 외국의 연구기관의 분석에 의존해 왔다. 미국 연구기관인 스팀슨 센터가 운영하는 '38노스'(38 North),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비욘드 패럴렐'(Beyond Parallel) 등이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SIA의 'nK Insight'가 최초다.

'nK Insight'는 북한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확보해 북한을 올바르게 판단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여기에는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도 이제는 위성 그랜드토토 등 다양한 관점을 반영한 노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전 대표도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굉장히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위성 그랜드토토 분야의) 사업을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았다는 게 창업 결심에 크게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낯선 분야다 보니 사람들에게 이 사업의 취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털어놨다. 전 대표는 "대체 우리가 그랜드토토을 왜 띄웠는지부터 시작해서 이 기술을 사용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 지 등을 설명하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해외 업체들의 미디어 협업 사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 SIA가 내세운 비전은 다양한 고도에서 촬영한 영상들이 모두 하나의 지도 위에 펼쳐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랜드토토, 비행기, 무인 드론 등 땅 위에 떠 있는 모든 이동체로부터 찍히는 영상을 다 수집해 하나의 소프트웨어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다는 구상이다.

전 대표는 "구글 지도처럼 선명한 그랜드토토도 있지만, 폐쇄회로(CC)TV 같은 낮은 화질이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영상들도 많다.
이걸 합쳐 하나의 지도에서 보여 준다는 것으로 방향성을 정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