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뉴스1) 이시우 기자 = 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른 9일, 충남 아산 탕정면에서 오이 농사를 짓고 있는 정종현·이정임 씨 부부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막바지 출하 블랙토토을 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숨이 턱 막히며 땀구멍이 열렸다. 왼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는 사이 오른뺨을 타고 내린 땀이 바닥에 떨어졌다. 온도계에는 42.5도가 찍혀 있었다.
반면, 같은 공간에 있던 정 씨는 비교적 평온한 얼굴로 오이 따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정 씨는 "조끼를 입고 있으면 찬 바람이 나온다. 에어컨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폭염이 계속되면서 아침 일찍 블랙토토을 마쳤는데 조끼를 착용한 뒤에는 블랙토토 시간을 조금 늘렸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으로 바깥 블랙토토이 많은 농민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가운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기술 보급이 호응을 얻고 있다.
아산시는 여름철을 앞두고 시설오이 재배 농가 17곳에 '보텍스 튜브형 에어냉각블랙토토'를 보급했다.
냉각블랙토토는 냉기가 순환하는 튜브가 내장된 장비로 착용시 의복 내부 온도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냉기와 온기를 분리시키는 보텍스 튜브 이용해 에어콤프레셔의 압축공기에서 냉기만 뽑아 공급하는 원리다.
조선소 등 산업 현장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사용되던 것을 농촌진흥청이 농민들의 블랙토토 환경에 맞게 개발했다.
1년간의 실증 과정에서 냉각조끼 착용시 블랙토토자의 의복 내부 온도를 평균 13.8%, 습도를 24.8%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은 '극한폭염 대비 온열질환 예방 신기술 보급사업'을 통해 앞으로 3년간 전국에 냉각블랙토토를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 처음으로 전국 20곳에 보급됐는데 아산도 시범 사업 대상에 포함돼 오이 농가에서 활용 중이다.
김기석 아산시 농초자원과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일수 증가에 따라, 현장 맞춤형 온열질환 예방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여름 기간동안 사용 결과를 토대로 하반기에 블랙토토를 측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도 "블랙토토 환경이나 블랙토토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해 블랙토토 여부 결정을 도와주는 스마트워치나 재배 시설의 위험을 제거한 '세이프팜' 등을 개발 중"이라며 "외부 블랙토토이 많은 농민들의 여름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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