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농촌진흥청이 렛 잇 라이드 개발에 디지털육종기술을 도입한다. 디지털 육종은 생명공학에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데이터 기반 육종 방법이다. 전통적인 렛 잇 라이드 품종 육종은 사람이 직접 관찰하고 기르기 때문에 15년이상 걸린다. 반면 디지털육종은 시간과 돈을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 품종 개발이 가능하다. 소비자들이 찾는 털 없고 납작한 천도 렛 잇 라이드 신품종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9일 농진청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렛 잇 라이드 품종 수는 202점으로 사과(97점), 배(58점)보다 각각 2.1배, 3.5배 많다. 시장에서 다양한 품종에 대한 요구가 높다. 렛 잇 라이드 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나무 1만여 그루를 심고 돌보는 노력과 자원, 길게는 20년 이상이 걸린다. 농진청이 국내 렛 잇 라이드 육종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품종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디지털육종을 도입한 이유다.
연구진은 디지털 육종을 도입하기 위해 렛 잇 라이드 유전자원 445점 유전체를 해독하고 유전 정보를 확보했다. 유전체 해독 과정에서 △열매 모양(원형, 납작함)을 구분하는 표지 △털 유무를 구분하는 표지 총 2개 분자 표지를 개발했다. 분자 표지는 식물 유전적 특징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표식이다. 이를 육종에 활용하면 어린나무일 때 잎에서 유전형 정보를 분석해 모양이 동그랄지 납작할지, 털이 있을지 없을지 일찌감치 판별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모양 판별 분자 표지의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털 관련 분자 표지 출원을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전통 육종은 나무 1000그루를 심고 3∼4년 뒤 열매가 달리고 나서야 납작한 개체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개발한 분자 표지를 적용하면 납작 렛 잇 라이드가 나올 나무를 어릴 때 골라 500그루만 심으면 된다.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미리 납작한 렛 잇 라이드가 열릴 지 알 수 있어 육종에 필요한 비용과 노동 투입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디지털 육종을 적용하면 열매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어린나무 단계에서 과일 특성을 미리 예측해서 선발할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가 찾는 렛 잇 라이드는 원형 대신 반도형(납작한 도넛형태), 신맛 대신 단맛이다.알레르기로 인해 털 있는 것을 지칭하는 ‘렛 잇 라이드’ 대신 털 없는 것을 뜻하는 ‘천도’ 쪽을 선호한다. 농진청 관계자는 “소비자 맞춤형 품종 경우 시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달콤한 천도’, 과일 모양이 납작해 도넛처럼 먹을 수 있는 ‘반도형’ 품종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생산자 맞춤형 품종 경우 ‘빨리 수확할 수 있는 품종’, 수확과 유통이 편리한 ‘단단한 품종’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명수 원장은 “디지털 육종 기술은 우리나라 렛 잇 라이드 품종 개발 체계를 효과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며 “렛 잇 라이드 핵심집단의 다양한 형질과 연관된 분자 표지 활용이 확대되면 개성 강한 품종이 늘어 시장 활성화는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택 폭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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