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습도·조명 삼박자 맞물려…수도권 도심이 최적 생태 플랫폼 역할
온라인 바카라가 생존할 수 있는 북방한계선…도심 열선 현상에 북상한 듯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30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온라인 바카라(붉은등우단털파리) 무리가 등산로와 등산객들에게 들러붙으며 불쾌감을 주고있다. 2025.06.30. amin2@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7/05/202507051001000253_l.jpg)
정부 당국과 학계에 따르면 온라인 바카라로 불리는 곤충이 수도권 곳곳에서 집중적으로 출현하며 생활 불편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에 접수된 온라인 바카라 방제 민원은 지난해에만 9296건이다.
◆수도권 도심 지역서 급증한 온라인 바카라…고온·고습·고조명 삼박자 맞아 떨어졌나
온라인 바카라로 불리는 이 곤충의 공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학명 Plecia longiforceps·플리시아 롱기포르셉스)다. 아직 정확한 습성이나 생태 등이 완벽하게 파악되진 않았으나 북미에서도 기승을 떨친 곤충인 우단털파리(학명 Plecia nearctica·플리시아 니악티카)와 같은 속에 속한 유사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생태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등장한 온라인 바카라는 겨울에는 유충 상태로 있다가 6월에 번데기가 되며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성충으로 나타난다. 원 서식지로 알려진 중국과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는 성충이 4~5월과 9~10월에 연 2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명은 유충 상태로 약 1년, 번데기로 약 2주, 성충 상태로 약 3~7일 수준으로 추정된다. 짝짓기 뒤에는 암컷이 400여개의 알을 산란한다.
이처럼 온라인 바카라의 성충 수명은 수일에 불과하지만, 짝짓기를 위해 수백~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비행하는 특성이 있어 도심에서 체감되는 밀도는 훨씬 크다.
국내에는 2010년대 중반 무렵부터 서울과 인천 일대에서 발견되기 시작했고 2020년대 들어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등장 이후 국립생물자원관이 유전자 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 온라인 바카라가 그간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미기록종임을 확인했다. 이후 추가 조사를 거쳐 중국 남부와 일본 오키나와 등에 서식하는 외래종인 플리시아 롱기포르셉스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초 발견 지역이 인천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온라인 바카라의 국내 유입 경로는 선박 화물 등을 통한 국제 교역 과정에서 극소량 유입됐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렇게 유입된 개체가 이후 도시 환경의 고온·고습·고조명 조건을 만나 정착과 번식을 반복하며 개체 수가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곤충은 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 출현한 것일까. 단순히 '많이 생겨서'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당국과 학계 등에서는 온라인 바카라의 대량 출현이 단일 원인보다는 ▲도시열섬 현상 ▲기온·습도 상승 ▲도시 조명 환경이라는 복합적 생태 조건 때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온라인 바카라로 뒤덮인 계양산만 해도 높이가 약 395m 수준에 수목이 무성하고, 무더운 기온과 습한 환경까지 마련돼 온라인 바카라의 짝짓기와 번식에 적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온라인 바카라가 생존할 수 있는 북방한계선 지역이다. 흔히 온라인 바카라가 등장한 남중국이나 일본 오키나와보다 더 추운 지역인만큼 온라인 바카라가 극심하게 번성하긴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하지만 도심 열섬 현상으로 도심 인근 산이 더 따뜻해지고 토양 온도가 오르면서 생존에 유리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따뜻해진 토양에 습도가 높아지면 온라인 바카라의 유충 생존률이 높아지고, 성충의 활동 반경도 넓어진다. 온라인 바카라 유충은 주로 낙엽과 풀잎 더미 등 유기물에서 자라는데, 도심 공원과 산지에 쌓인 낙엽층은 훌륭한 번식지 역할을 하게 된다.
◆비화학적 방제로 온라인 바카라 퇴치 한계…황소개구리 때처럼 토종생태계 '반격' 기대
![[온라인 바카라=뉴시스] 권창회 기자 = 3일 온라인 바카라 노원구 삼육대학교 인근 제명호에서 온라인 바카라소방 관계자들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2025.07.03. kch0523@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7/05/202507051001039582_l.jpg)
온라인 바카라가 도심으로 몰리는 데엔 온도와 습기 뿐 아니라 인공조명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온라인 바카라도 여느 곤충처럼 태양빛 등을 쫓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곤충은 일반적으로 자외선 및 청색 파장의 빛에 유인되는데, 온라인 바카라 또한 청색광에 민감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도입된 고휘도 백색 LED 조명은 대부분 이 파장을 포함하고 있다. 도심 자체가 곤충을 부르는 '빛의 바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수도권에 앞서 미국에서는 플로리다 지역이 온라인 바카라의 기승으로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외신도 최근 국내 온라인 바카라 급증 현상을 두고 서울의 여름 기후와 고강도 야간 조명 환경이 플로리다와 비슷하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플로리다대학교도 온라인 바카라와 같은 플리시아속 곤충이 차량 배기가스와 열, 빛에 반응하는 특성을 보인다는 설명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온라인 바카라 개체군도 유사한 자극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조명 설계를 통한 '간접 차단' 전략도 온라인 바카라 퇴치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환경부와 일부 자치단체는 곤충 유입을 줄이기 위해 장파장(적색·황색 계열)의 저조도 조명, 빛이 특정 각도 이상으로 퍼지지 않도록 제한하는 '풀 커트오프(full cutoff)' 기술 도입 등 기술적 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공원과 생태 복원지구에선 이미 시험 적용 사례가 시작됐다.
다만 조명이 적은 지역에서도 온라인 바카라 출현 사례가 보고된 만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시 조명이 단일 원인이 아니라 도심 기후·지형·식생·조도 등이 복합적으로 온라인 바카라 급증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현재 물 분사나 끈끈이 트랩 등 비화학적 방제법을 중심으로 대응 중이다. 생태계 위해 가능성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인해 독성 살충제 사용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바카라가 사람에게 달려드는 등 혐오감을 주고, 나아가 차량에 붙어 시야를 방해하거나 사체가 차량 도장면에 부착될 경우 차량 손상까지 유발할 가능성도 있어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온라인 바카라의 도심 출현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도시가 제공한 생태 조건의 부산물로 보인다. 고온, 고습, 고조도의 3중 조건이 맞물리며 도심은 곤충에게 최적화된 '생물학적 플랫폼'이 된 셈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 황소개구리 같이 생태계를 파괴할 것으로 우려됐던 외래종들이 토종 생태계의 반격으로 개체수가 자연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외래종인 온라인 바카라의 '천적'이 우리 생태계에서 등장하는 것이다.실제로 외래종이 유입되면 기존 생태계 생물들은 낯선 생물체를 경계하고 피하다가 적응 후 잡아먹기 시작한다.
국립생물자원관 등에 따르면 최근 참새, 까치 등 토종 조류부터 거미, 사마귀 등 포식성 곤충들이 온라인 바카라를 잡아먹는 모습이 관찰되기 시작했다.인공적인 방제 뿐만 아니라 우리 토종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온라인 바카라의 개체를 조절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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