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내란 특검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첫 소환 슬롯존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윤 전 대통령은 예정대로 10시에 출석해 슬롯존에 응했고, 진술 거부권도 행사하지 않았다. 심야 슬롯존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슬롯존 도중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의 신문에 반발해 슬롯존자 교체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슬롯존를 거부하면서, 실제 슬롯존 시간은 5시간에 그쳤다.
특검은 비화폰 삭제 지시 등에 대한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소환슬롯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출석 시간, 방법 두고 신경전…尹 결국 공개 출석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의 슬롯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시간과 출석 방법을 두고는 특검과 신경전을 벌였다.
특검은 당초 윤 전 대통령에게 28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비공개 출석 요구는 단호히 거절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고검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하게 해달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그러나 특검 측은 "지금까지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어느 누구도 지하 주차장을 통해 들어온 적이 없다"며 "사실상 출입 방식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고검 지하 주차장 2개 층을 전부 차단하겠다며, 현관 출입 없이 지하 주차장 앞에서 대기하는 건 출석 불응으로 보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슬롯존 당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고검 현관을 통해 공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28일 오전 9시 49분쯤 그의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출발, 5분여 뒤인 오전 9시 54분쯤 서울중앙지검 서문을 통과해 서울고검 청사 앞 지상 주차장에 도착했다.
굳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오전 슬롯존는 문제 없었는데…오후 슬롯존 파행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 특검보들은 슬롯존 일정 관련 면담을 진행한 후 오전 10시 14분부터 본격적인 슬롯존를 시작했다. 슬롯존실은 서울고검 6층에 마련됐으며 슬롯존 공간의 구조는 일반 검사실과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오후 12시 44분쯤 "오전 슬롯존가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체포 방해 슬롯존가 마무리되면 국무회의 의결 및 외환 등 관련 부분 슬롯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시간여가 지난 오후 1시 30분, 슬롯존가 파행됐다. 경찰에서 내란 특검으로 파견된 박 과장의 슬롯존를 윤 전 대통령 측이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과장이 이미 고발된 이들 중 한 명이란 점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슬롯존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아닌 검찰에게 슬롯존를 받겠다고 했다.
3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특검팀은 체포 방해 슬롯존를 중단하고, 오후 4시 45분부터 국무회의 의결 및 외환 등 관련 부분에 대한 슬롯존를 재개했다. 이 슬롯존에는 김정국 부장검사와 조재철 부장검사가 투입됐다.
尹 심야 슬롯존 동의…9시 50분까지 슬롯존, 자정 넘어 귀가
윤 전 대통령은 심야 슬롯존에 동의해 오후 7시부터 저녁 식사를 하고 오후 8시 25분부터 슬롯존를 다시 받았다. 슬롯존는 9시 50분에 종료됐다.
윤 전 대통령은 슬롯존 종료 후 3시간가량 조서를 열람하고 29일 오전 0시 59분쯤 서울고검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뒤 준비된 차량을 타고 아크로비스타로 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후에 슬롯존를 돌연 거부한 이유가 무엇인가', '검사일 때 피의자가 슬롯존자를 선택할 수 있게 했는가', '김건희 여사도 곧 소환슬롯존 수순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에 모두 답하지 않은 채 서울고검을 빠져나갔다.
윤 전 대통령이 첫 슬롯존에서 서울고검에 머문 시간은 15시간가량이지만, 중간 파행된 시간과 휴식 시간 등을 제외한 실제 슬롯존 시간은 약 5시간 5분에 그쳤다.
내란 특검은 2차 소환 시점을 30일 오전 9시로 정하고 윤 전 대통령 측에 이를 통지했다.
특검은 2차 소환 슬롯존에서 외환, 국회 의결 방해, 국무회의 의결 관련 내용을 추궁할 예정이다.윤 전 대통령의 슬롯존자 교체 요구로 인해 제대로 슬롯존가 이뤄지지 않은 체포 방해 혐의, 특히 비화폰 삭제 혐의에 대해서도 캐물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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