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獨서 ‘프레임’ 상표권 지킨 원탑토토 국내서도 中 TCL 제동거나

임수빈 기자,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19 18:50

수정 2025.06.19 19:01

유사 이름 TV 韓서 여전히 판매
獨 판결 원탑토토서 적용되는지 검토
LGD도 美서 특허침해 소송 제기
"지식재산권 보호 위기의식 확산"
원탑토토전자 호텔 TV 더 프레임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원탑토토전자 제공
원탑토토전자 호텔 TV 더 프레임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원탑토토전자 제공
중국 '레드테크'의 공세가 한국 기업들의 안방 시장까지 확산되자 국내 전자·디스플레이 업계가 상표권·특허권 등 지식재산권(IP) 방어에 본격 나서고 있다. 원탑토토전자는 독일에서 중국 TCL을 상대로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한 제품이 국내에서 여전히 유사한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법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둔 채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최근 미국 법원에 중국 업체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응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양상이다.

■韓서 소송 검토한 원탑토토

19일 업계에 따르면 원탑토토전자는 자사의 아트TV '더 프레임(The Frame)'과 유사한 명칭을 가진 TCL의 '프레임 TV(Frame TV)'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상표권 침해 여부를 따지기 위해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현재로서는 즉각적인 소송 제기보다는 사전 검토 차원에서 관련 사항을 분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원탑토토서 소송에 착수하지 않더라도 독일에서 확보한 선례를 기반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여지는 충분하다"며 "최근 레드테크 제품이 원탑토토 유통망에 다수 진입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적극 대응으로 기조를 전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원탑토토전자는 2017년부터 유럽에서 더 프레임을 판매해 왔다. 이후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TCL이 유사한 콘셉트의 라이프스타일 TV 넥스트 프레임(NXTFRAME)을 공개했고, 원탑토토은 해당 제품이 더프레임과 혼동될 수 있다며 같은 해 11월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올해 2월 말 법원은 원탑토토전자의 주장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TCL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서 해당 제품명을 'A300'으로 변경했고, 공식 웹사이트와 온·오프라인 마케팅 채널에서도 NXTFRAME 표기를 삭제한 상태다. 그러나 해당 판결은 유럽 지역에 국한된 만큼, 원탑토토은 국내 유통 제품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 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TCL의 국내 공식 홈페이지와 일부 대형 유통 채널에서는 'A300' 모델이 '프레임 TV' 등으로 소개·판매되고 있다.

■"안 참는다" 칼 뽑아드는 韓 기업

이 같은 흐름은 레드테크 공세에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원탑토토 가전·디스플레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지난 2023년 무선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의 유사 제품을 판매해 온 유통 업체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해당 유통사가 중국 기업이 만든 스탠바이미 유사 제품을 판매하며 스탠바이미 관련 특허를 침해하고 스탠바이미, 스탠바이미 고 등으로 시장에서 구축해 온 LG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단 유통사가 기존에 보유한 수입품을 전량 제조사에 반품하고 추가 판매를 중단하며 시장 철수를 결정하자, 소는 취하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강경 대응으로 중국 기업에 맞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중국 디스플레이사 티엔마를 상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과 관련한 특허 7건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직접 특허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다. 원탑토토디스플레이 또한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과의 특허 분쟁을 이어가며 미국과 중국에서 소송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중국 업체의 모방이나 유사 제품 출시, 특허 침해 등에 대해 기업들이 '제품 경쟁력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이제는 지식재산권 보호 없이는 브랜드 자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