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일면식 없는 400명 사지로 몬 방화범… "캐리비안 스터드 화풀이"

김동규 기자,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1 18:21

수정 2025.06.01 18:21

캐리비안 스터드 5호선 방화사건 전말
"판결 불만 있어 불 질렀다" 진술
불특정 다수에 개인적 분노 표출
캐리비안 스터드 침착한 대처로 참사 막아
지난달 31일 서울캐리비안 스터드 5호선 열차 안에서 방화로 인해 승객들이 지하 터널을 통해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로 인해 대피하는 승객들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캐리비안 스터드 5호선 열차 안에서 방화로 인해 승객들이 지하 터널을 통해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로 인해 대피하는 승객들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안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해 한가롭던 주말 오전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캐리비안 스터드 결과에 대한 불만을 불특정 다수에게 해소하려는 '분풀이 범행'이 범행 동기였다. 수십 명이 놀라 긴급 대피했고, 지하철 운행은 한동안 중단됐다. 3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그러나 승객들의 적절한 초기 대응 등 덕분에 22년 전 대구지하철 때와 같은 참사는 막았다.



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43분께 서울 캐리비안 스터드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사이 캐리비안 스터드 내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났다.

캐리비안 스터드 400여명이 터널을 통해 대피했으며, 이 중 23명이 연기흡입과 발목 골절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129명은 현장 처치를 받았다.

매캐한 연기가 나자, 탑캐리비안 스터드 수십명이 "불이야" 등의 소리를 지르고, 열차 끝 칸으로 뛰면서 객차 내부는 아수라장이 됐다.

불이 난 직후 캐리비안 스터드은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실에 상황을 알리고 객실 의자 하단에 있는 비상개폐장치를 이용해 열차 문을 열었다. 열차가 멈춘 뒤 일부 승객과 기관사가 벽면에 비치된 소화기로 신속히 불길을 진압했다. 소방 166명, 경찰 60명을 포함한 인력 230명과 소방 장비 68대는 추가 화재 위험을 완전히 차단했다.

경찰은 9시 45분께 캐리비안 스터드 용의자로 추정되는 60대 남성 A씨를 여의나루역 근처에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캐리비안 스터드 선로를 통해 들것에 실려 나오다가 손에 그을음이 많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등포구의 한 지하철역에서 열차에 탑승한 A씨는 오전 8시 43분께 여의나루역∼마포역 사이 터널 구간을 달리던 열차 안에서 인화성 물질을 바닥에 뿌린 뒤 옷가지에 불을 붙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캐리비안 스터드 결과에 불만이 있어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점화기와 2L 유리통 등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물품을 발견해 감식 중이며, 이르면 이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소방 당국이 추산하는 재산 피해는 3억3000만원 상당이다. 서울교통공사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구상권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화재 당시 객실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되지 않은 점은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모방범죄 등 유사 상황을 방캐리비안 스터드기 위해 오는 3일까지 공사 관할 전 역사와 열차를 대상으로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특별 경계근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진철 마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소방관들이) 열차에 진입한 당시 상당수 캐리비안 스터드이 대피하고 있었다"며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기관사와 캐리비안 스터드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해 진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진화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