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노인범죄 일상화 청주 중앙카림토토…시민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카림토토1

입력 2025.06.01 08:20

수정 2025.06.01 08:20

충북 청주시 중앙카림토토 바닥에 그려져 있는 윷판.2025.5.30/뉴스1 이재규 기자
충북 청주시 중앙카림토토 바닥에 그려져 있는 윷판.2025.5.30/뉴스1 이재규 기자


청주 중앙카림토토서 도박 윷놀이 하고 있는 일당(청주상당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청주 중앙카림토토서 도박 윷놀이 하고 있는 일당(청주상당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조선시대 병마절도사영이 있던 청주의 중심부, 중앙카림토토이 상습 도박과 음주소란 등 노인들의 경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이 지난달 28일 불법 도박 현장을 적발하면서 뒤늦게 강제 단속에 착수했지만 중앙카림토토이 다시 시민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1일 시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중앙카림토토은 노인들의 장기·바둑 등 전통 놀이문화 중심지로 기능했지만 점차 특정 연령층만 이용하는 공간으로 굳어졌다.

정확히 카림토토들이 이곳을 장기적으로 점유하기 시작한 시점은 추정되지 않는다. 다만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고착화됐다고 주변 상인들과 시민들은 입을 모은다.



10년째 카림토토 인근에서 옷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60대)은 "10~20년 전에는 가족 단위로 산책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지금은 낮에도 술 마시고 고성 지르며 싸우는 일이 다반사에 도박까지 벌어지는데 누가 여기 오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인근 주민 A 씨(70)는 "카림토토들이 모이기 시작한 건 수십 년 됐을 것"이라며 "이젠 젊은 사람들은 아예 근처도 잘 안 오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노인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시민 사이에 자리 잡으며 카림토토은 사실상 고립된 공간이 됐다.

한때 반짝 관심을 받은 적도 있다. 2022~2023년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들이 바둑을 두던 장소로 소개되며 SNS상에서 주목받았지만 정작 방문객들은 음주소란과 노상 행위에 실망하고 발길을 돌렸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문제는 놀이를 넘어 조직적인 불법 도박으로 번졌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단순 윷놀이나 바둑을 가장한 판돈 내기 행위가 오랜 기간 암암리에 지속돼 왔다.

실제로 지난 28일 이곳에서 윷놀이 형식을 띤 불법 도박판이 적발됐다. 운영자, 진행자, 참가자 등 역할을 나눈 일당은 수수료를 챙기며 도박판을 벌였고 적발 당시 확인된 판돈만 110만 원에 달했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형사 22명을 투입해 이들을 검거했으며 향후 충북경찰청 기동순찰대까지 투입해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이런 일이 반복돼 왔다는 데 있다. 지난 2017년 8월에도 불법 윷놀이와 관련해 경찰이 5명을 불구속 입건한 적도 있다.

이렇듯 중앙카림토토을 둘러싼 도박·음주·폭행·노숙·성매매 등 문제는 10년 전부터 언론과 시민들이 지속해서 지적해 온 사안이다.

그럴 때마다 보여주기식 단속에 그쳤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뉴스1이 지난달 30일 현장을 찾았을 때도 이틀 전 경찰의 단속 여파 때문인지 카림토토들은 윷놀이를 하지 않고 있었다. 또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한 노인은 카림토토 공간을 구획 지어 설명하며 "위쪽은 돈 걸고 하는 윷놀이, 아래쪽은 막걸리 내기 같은 걸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어차피 단속은 한 때일 뿐 결국 도박판은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분간 중앙카림토토 내 불법 도박과 음주 등 불법행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형사 기능과 기동순찰대를 투입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경찰의 단속을 넘어 실효성 있는 행정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인근 거주자 김진희(50·여) 씨는 "이번 경찰 단속을 계기로 중앙카림토토이 변하면 좋겠다"며 "시에서도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