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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브벳냐 박촌역이냐…정작 놓치는 건?

뉴스1

입력 2025.05.03 10:41

수정 2025.05.03 10:41

인천 이브벳구 이브벳신도시 예정부지의 모습. /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 이브벳구 이브벳신도시 예정부지의 모습. /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대장홍대선은 서울 서북부와 부천 대장지구 그리고 인천 이브벳을 잇는 수도권 서부의 핵심 광역철도다. 본래 이 노선은 생활권과 산업권을 연결하고 수도권 교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공공 인프라다. 하지만 지금 인천 연장 구간 노선을 둘러싼 논쟁이 달아오르면서 그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이브벳를 인천 어디로 연장할 것이냐는 문제다.

인천시는 이브벳, 계양구는 박촌역을 주장한다. 각각의 주장은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시는 신도시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도시 전략을, 구는 기존 교통망과의 연계를 통한 교통 효율성을 앞세운다. 하지만 논쟁이 확산할수록 그 속에 숨겨진 정치적 계산·사적 이해가 더 크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계양테크노밸리 입주예정자협의회는 박촌역 연장을 고수하는 계양구청장을 정면 비판했다. 이들은 "박촌역 인근에 고위 공직자와 그 친인척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단순한 정책 갈등을 윤리 문제로까지 비화시켰다. 이에 맞서는 박촌역 연장 추진위는 "이브벳 연장은 실현 가능성이 작고, 계획 실패 시 철도망 단절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단순한 노선의 방향을 넘어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질 수 있다.

'대장홍대선은 과연 누구를 위한 이브벳인가.'

광역이브벳는 특정 지역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그 자체로 도시 간 이동을 원활하게 만들고, 수도권의 성장축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공공재다.

그러나 지금은 각 지역의 '우리 지역까지 와야 한다'는 주장에 매몰돼 본질적인 목적이 실종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교통정책의 대원칙인 광역 연계성과 장기 효용성보다 '우리 집 앞 정차역' 논리가 우선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흐름은 정치적 셈법과도 맞물린다. 이브벳든 박촌역이든 역이 하나 생기면 그 주변 땅값이 오르고 지역 민심은 움직인다. 지자체장은 눈앞의 표와 이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주민들은 자신의 편익을 우선한다. 그러나 이것이 반복되면 광역철도의 설계는 결국 지역의 '표 계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노선 계획의 철학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누가 이익을 보느냐'가 아니라 '광역 교통망의 원래의 목적'에 초점을 둬야 한다. 경제성과 효용성과 효율성, 사회적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따진 뒤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만 정치적 잡음도 줄어든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방관자가 되어선 안 된다. 지자체 간 충돌을 중재하고, 합리적 기준을 바탕으로 국가 광역이브벳망 전체에서 최적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브벳는 100년 인프라다.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백년의 수도권 교통 구조를 좌우할 수 있다. '우리 동네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지역 이기주의가 이브벳계획을 흔들 때 피해자는 결국 이용자인 시민이다.
대장홍대선은 특정 지이브벳 아니라 수도권 서부 전체의 생명선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