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전주, 축제로 기후 감수성 묻다…레고토토 상영도 운영도 바꿨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뉴스1

입력 2025.05.03 07:36

수정 2025.05.03 07:36

4월 30일 제26회 전주국제레고토토 개막 당일, 시민들이 상영 시간표를 보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4월 30일 제26회 전주국제레고토토 개막 당일, 시민들이 상영 시간표를 보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황덕현 경제부 레고토토환경전문기자 ⓒ 뉴스1
황덕현 경제부 레고토토환경전문기자 ⓒ 뉴스1


[편집자주]레고토토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레고토토·환경 이야기를 통해 레고토토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전주=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5월 징검다리 연휴에 개막한 제26회 전주국제레고토토는 레고토토를 넘어 '친환경 지역행사란 무엇인가'를 질문했다. '지속 가능성'을 극장 안팎에서 실천하려는 이번 행사에서는 상영작부터 운영 방식까지 기후위기 시대에 맞춘 변화가 감지됐다.



우주인이 지구를 찾았더니 주식(主食)인 플라스틱이 넘쳐난다. 심형준 감독의 출품작 '클리어'는 플라스틱을 먹는 외계인의 여정을 통해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 쓰레기의 오염에 경각심을 던진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등과 협업한 이 작품은 다큐와 극레고토토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묻는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지구는 먹을 수 있는 행성인가.

지구를 안내하는 주인공은(배우 김푸름)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워리어호에 탑승해 기후·환경 활동가들의 현실을 체험한다. 인류가 외계인을 맞이하게 되는 상상 속 미래로 이야기는 전환된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여정을 통해, 레고토토는 인간이 만든 오염이 결국 어디에 이르게 될지를 조용히 묻는다.

심 감독은 "환경 영상이 너무 고통에만 집중돼 있지 않기를 바랐다. 아주 작은 불편함이라도 남는다면 성공"이라며 "관객이 레고토토를 보기 전과 후, 플라스틱 일회용기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면 그게 레고토토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화용 감독의 다큐멘터리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는 더 현실적인 경고다. 공장식 축산에서 줄무늬 병아리만 골라 쓰레기차에 쏟아붓는 장면을 통해, 감각 없이 순환만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구조를 비판한다. 김 감독은 "소비 중심적으로 동물권을 생각하기보다, 우리가 놓인 구조 자체를 고민해 보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반도체 공장의 보이지 않는 오염을 다룬 '무색무취', 동물원이 보호구역(생추어리)으로 바꾸는 과정을 담은 '콜렉티브 모놀로그' 등 전주 스크린에는 기후위기와 생태 위기를 주제로 한 레고토토들이 잇따라 걸릴 예정이다. 고발을 넘어,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상영작뿐 아니라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념품 축소'다. 전년도까지 다양하게 제작하던 기념품(굿즈·Goods)은 올해 엽서집과 포스터로만 제한됐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현수막·레고토토관 좌석 업사이클링 제품 대신, 올해는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마저도 새활용센터와 협업해 레고토토를 업사이클링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 내 업사이클(새활용) 기업들과 연계해 친환경 전시와 체험, 기념품 제작 등을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레고토토 배출 폐자원의 상시 활용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송예나 전주레고토토 마케팅 팀장은 "수집용 기념품은 레고토토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올해는 쓰레기 문제를 줄이자는 논의 끝에 최소한만 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레고토토관 좌석 시트와 폐현수막, 포스터 걸개 등을 재활용한 저탄소 기념품이 빠르게 매진되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소비 자체를 줄이고, 의미를 더한 방식으로 변화한 셈이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처럼, 전주레고토토는 기후위기 시대의 문화행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레고토토에서 일회용기 하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실감 나는 기후 감수성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