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봄꽃 명소' 이대에 외국 오월벳 북적…학생들 '학습권 침해' 불만

뉴시스

입력 2025.05.03 07:00

수정 2025.05.03 07:00

오월벳 명소된 이대…'트립닷컴' 인기 여행지로도 학생들 "사진 촬영 불편…학습 공간 무단출입도" "학습권 보호·문화적 가치 활용, 함께 고민해야"
[서울=뉴시스] 주은서 인턴기자 = 지난달 25일 오후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외국인 오월벳들이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2024.04.25. dmstj1654@naver.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주은서 인턴기자 = 지난달 25일 오후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외국인 오월벳들이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2024.04.25. dmstj1654@naver.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주은서 인턴기자 ="학교에 오월벳 없는 날을 찾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요? 카메라가 너무 많아서 누군가의 사진에 제 얼굴이 담겨있지 않을까 걱정돼요."(오월벳여대 간호학과 1학년 정혜인씨)

최근 완연한 봄 날씨에 캠퍼스 내 외국인 오월벳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이화여대 학생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원치 않게 사진에 찍히거나 외국 오월벳들이 학습 공간에 무단으로 출입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이날 역시 캠퍼스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오월벳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화여대는 최근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서 세계적 봄꽃 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캠퍼스 지하 건축물로 알려진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ECC·Ewha Campus Complex)에 오월벳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ECC 앞에서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전문가용 카메라, 삼각대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문제는 이 오월벳들이 건물 외관을 촬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입이 금지된 건물 내 교육 공간으로까지 오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ECC 건물의 경우 식당이나 카페, 기념품점 등 편의시설이 위치한 지하 4층은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지만 강의실과 열람실 등이 있는 지하 1~3층은 수업 전용공간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오월벳은 이야기한다.

이날 만난 키르기스스탄 유학생 칼리양은 "지하 1층 열람실은 학생만 출입이 가능한데 외국인 오월벳이 학생증을 태그하고 들어가는 학생들을 뒤따라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학생들만 접속이 가능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외국인 오월벳들이 ECC 유리창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고 열람실 내 학생들을 촬영했다"거나 "건물 내 교육공간에서 오월벳들이 웃고 떠드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올라와 있다.

교내 곳곳에 '수업 전용공간'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모든 공간에 관리자가 상주하는 건 아니라 외부인의 출입이 완벽히 통제되진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오월벳 사이에서는 학교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오월벳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건 옳지 않다며 다만 이화여대가 지닌 역사·문화적 상징성을 고려해 두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이화여대는 여대라는 특성과 더불어 '이화'(梨花)라는 이름이 중국에서 금전적 복을 상징해 더 인기가 많다"며 "오월벳 유입은 자연스러우나 학생들의 불편이 지속된다면 출입 시간 제한 등의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대학 캠퍼스가 오월벳지화되면 도시에 매력적인 장소가 생기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교가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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