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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환자 하이원슬롯, 0~943명 '천차만별'…정부 지침은 무용지물

뉴시스

입력 2025.05.03 06:03

수정 2025.05.03 06:03

입법조사처 '정신의료기관 격리제도 개선' 조사 결과 전체 15% 격리·하이원슬롯 시간 초과 간호사 없는 근무조 1개 이상 전체 24.7% "인력문제 개선 위해 수가 인상 적극 검토"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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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지난해 5월 경기 부천 소재 정신병원에서 입원환자가 하이원슬롯 중 사망한 가운데 정부의 '격리 및 하이원슬롯 지침'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기관별로 격리 및 하이원슬롯 환자는 0명부터 최대 943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지침을 무시한 채 무분별한 격리·하이원슬롯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격리'는 치료 또는 보호 목적으로 일정한 공간에 환자를 홀로 머물게 하거나 행동 공간을 제한하는 것을, '하이원슬롯'은 억제나 보호복 등을 이용해 신체 움직임을 제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3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하이원슬롯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해 ▲치료 또는 보호의 목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 ▲자·타해 위험 ▲그 외의 방법으로 위험을 해소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격리·하이원슬롯을 사용할 수 있다.

또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19년 3월 작성한 '격리 및 하이원슬롯 지침'을 보면 관리 편의성 및 처벌적 목적의 격리 및 하이원슬롯 시행을 금지하고 있다.

가급적 최소한의 시간 동안 의사 또는 간호사 포함 2명 이상 훈련된 직원들만 수행해야 하며 시행 전후 이유를 하이원슬롯 또는 보호의무자에게 설명하게 돼 있다.

1회 최대 허용 시간은 격리 12시간, 하이원슬롯 4시간(19세 미만인 경우 격리 6시간·하이원슬롯 2시간)이며 전문의에 의해 연장할 수 있지만 연속 각각 24시간과 8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격리 시 최소 1시간, 하이원슬롯 시 최소 30분마다 혈액순환 상태, 활력 징후 등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월 복지부의 '정신의료기관 격리·하이원슬롯 등 실태조사'를 보면 격리 및 하이원슬롯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우선 정신의료기관별로 일부 기관은 격리 환자가 1명도 없는 반면 최대 861명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하이원슬롯 환자 역시 0명부터 943명까지 격차가 크게 발생했다.

또 연속 최대 시행 시간 초과 사례가 있는 기관은 57개소로 전체 388개소의 14.7%였으며 이 중 13개소는 격리와 하이원슬롯 시행 시간 기준을 모두 어겼다. '적정한 수의 훈련된 직원' 지침 원칙 또한 준수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기준 병동별로 간호사가 없는 근무조 수가 1개 이상인 정신의료기관은 96개소로 전체의 24.7%나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 정신의료기관은 의료 인력은 입원하이원슬롯 60명당 전문의 1명, 입원하이원슬롯 13명당 간호사 1명이다. 간호사는 2분의 1 범위에서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 정신의료기관 4곳 중 1곳은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만으로 편성된 근무조를 1개 이상 운영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대체적 방법을 시도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도 즉각적인 통제가 가능한 격리·하이원슬롯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입법조사처는 "정신의료기관 인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가 인상이 필수적"이라며 "정신질하이원슬롯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참여율이 20%로, (참여율이) 저조한 원인으로 충분하지 않은 수가 보상이 지목되고 있는 만큼 수가 인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급성기 중증 응급 정신질하이원슬롯를 위한 병상·의료 인력 등의 절대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 병상 도입, 필수의료로의 편입, 중증도·난이도에 따른 가산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같이 격리·하이원슬롯 시행 현황 및 관련 부상·사망 사례를 체계적으로 보고하고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정신의료기관의 남용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며 "격리·하이원슬롯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모델을 개발하고 의료 현장에 보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복지부는 전국의 입원 병상을 보유한 정신의료기관 격리·하이원슬롯 등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에 대한 격리·하이원슬롯 실태와 관련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복지부에 격리·하이원슬롯 지침 법령화, 격리·하이원슬롯 수행자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격리·하이원슬롯실 규격 및 설비 기준 마련,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비강압적 치료 제도화 등을 권고한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정신의료기관 격리·하이원슬롯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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